
몇 달 전, 이유 없이 무기력한 날들이 이어졌다. 충분히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 않고, 별다른 이유도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됐다. 처음엔 그냥 계절 탓이려니 했다. 겨울이 길어지면서 야외 활동도 줄었고, 주로 실내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이 많아진 탓도 있었다. 그러다 건강검진에서 비타민 D 수치가 심각하게 낮다는 결과를 받았다. 그제야 그동안 겪었던 크고 작은 불편함들이 하나로 연결됐다. 알고 보니 주변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 꽤 많았다.
사실 비타민 D 부족 증상은 단순히 뼈 건강 문제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다양한 신체 신호와 연결되어 있다. 이 글에서는 비타민 D 결핍이 우리 몸에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놓치기 쉬운 증상들은 무엇인지 정리해 보려 한다.
1. 한국인의 비타민 D 현황, 생각보다 심각하다
비타민 D 부족은 특정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질병관리청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기준 한국인 성인의 비타민 D 총 섭취율은 남자 35.1%, 여자 27.7%에 불과했다. 즉, 대부분의 성인이 권장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출처: 질병관리청 공식 발표]
또한 전남대병원 나은희 교수팀이 2017~2022년 건강검진 수검자 11만 9,335명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평균 비타민 D 혈중 농도는 21.6 ng/mL로, 적정 수치인 30 ng/mL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특히 30세 이하 여성의 결핍률은 23%에 달했고, 같은 연령대 남성도 21%로 나타났다. [출처: 의협신문, https://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4740]
수치만 보면 단순한 영양 문제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비타민 D는 단순한 영양소 이상의 역할을 한다. 지용성 비타민(기름에 녹는 성질을 가진 비타민)의 일종으로, 호르몬과 유사하게 작동하면서 뼈, 면역, 정서, 근육 등 신체 곳곳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2. 피로감이 만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비타민 D 부족 증상 가운데 가장 흔하게 보고되는 것이 바로 만성 피로다. 잠을 충분히 자고 나서도 개운하지 않은 느낌, 아침부터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한 피로 누적 외에 다른 요인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 D는 미토콘드리아(세포 안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소기관) 기능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세포 차원에서의 에너지 생산 효율이 떨어지고, 그 결과 전반적인 무기력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속적인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들 중 비타민 D 수치가 낮은 경우가 상당수였으며, 수치를 정상 범위로 회복한 후 에너지 수준이 개선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물론 만성 피로의 원인은 다양하다. 빈혈이나 갑상선 이상 등 다른 요인과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비타민 D만의 문제로 단정하기보다는 전반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확인하는 것이 좋다.
3. 자꾸 아프거나 감기가 잘 낫지 않는다
면역력과 비타민 D의 관계는 생각보다 밀접하다. 비타민 D는 T세포(우리 몸을 외부 세균이나 바이러스로부터 방어하는 면역세포)와 B세포를 포함한 다양한 면역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 영양소가 부족해지면 면역 반응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감기, 기관지염 같은 감염성 질환에 더 취약해질 수 있다.
특히 천식이나 아토피처럼 면역계가 과민하게 반응하는 자가면역질환(면역계가 자신의 몸을 공격하는 질환)과도 연관이 있다는 연구가 여러 건 보고되어 있다. 실내 생활이 길어지는 겨울철이나 자외선이 약한 계절에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다면, 비타민 D 수치를 한번 확인해 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
4. 뼈와 근육에서 오는 신호, 골연화증과 근력 저하
비타민 D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뼈 건강이다. 비타민 D는 칼슘과 인의 흡수를 조절하는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뼈 밀도가 낮아지고, 골연화증(뼈가 무르고 약해지는 상태, 성인에게 나타나는 구루병의 유사 형태)으로 진행될 수 있다.
증상은 미묘하게 시작된다. 허리나 골반, 다리 쪽에 묵직한 통증이 지속되거나, 작은 충격에도 뼈가 쉽게 부러지는 경험이 잦아진다면 주의가 필요하다. 흉골이나 정강이뼈(경골)를 누를 때 통증이 느껴지는 경우도 비타민 D 결핍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고 MSD 매뉴얼에서는 설명하고 있다. [출처: MSD 매뉴얼 일반인용]
근육도 예외는 아니다. 근육 세포에도 비타민 D 수용체가 존재하기 때문에, 결핍 상태가 이어지면 근력 약화나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노년층에서는 이로 인한 낙상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5. 우울감과 수면 문제, 정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타민 D 부족 증상 중 간과하기 쉬운 것이 정서적인 부분이다. 비타민 D는 세로토닌(기분과 감정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과 멜라토닌(수면-각성 주기를 조절하는 호르몬)의 합성과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는 정상 그룹에 비해 비타민 D 수치가 유의미하게 낮게 나타난 경우가 있었고, 수치가 낮을수록 우울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는 경향도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 관계가 인과관계인지 상관관계인지는 아직 연구가 진행 중이며, 비타민 D 보충이 우울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결과도 있지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는 않는다.
일조량이 현저히 줄어드는 가을·겨울철에 유독 기분이 가라앉는 계절성 우울 경향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비타민 D 수치를 점검해 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6. 혈당 조절과 대사 기능에도 관여할 수 있다
최근 연구들에서 비타민 D가 인슐린 분비 및 혈당 조절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비타민 D는 췌장의 베타세포(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에 있는 수용체에 작용해 혈당 조절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높은 비타민 D 농도가 당뇨 위험을 낮추는 데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또한 비타민 D 결핍 상태에서 고혈압 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러한 내용들은 아직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영역으로, 비타민 D 보충이 곧바로 당뇨나 고혈압을 예방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비타민 D가 대사 기능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작용한다는 점은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다.
7. 비타민 D를 보충하는 방법, 어렵지 않다
비타민 D를 가장 자연스럽게 보충하는 방법은 햇빛 노출이다. 피부가 자외선 B(UVB)를 받으면 체내에서 비타민 D3(콜레칼시페롤, 체내에서 활성화되는 형태의 비타민 D)가 합성된다. 이상적으로는 팔과 다리가 노출된 상태에서 하루 15~30분 정도의 야외 활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자외선 차단제, 계절, 위도, 피부색 등에 따라 합성량이 달라지기 때문에 햇빛만으로는 충분한 양을 확보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식품으로는 연어, 고등어 같은 지방이 많은 생선, 달걀노른자, 버섯류 등에 비타민 D가 함유되어 있으나, 식품만으로 필요량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보충제의 경우, 일반적으로 비타민 D3 형태가 비타민 D2보다 체내 흡수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복용량이나 보충 여부는 개인의 혈중 수치와 상태에 따라 다르므로, 임의로 고용량을 복용하기보다는 혈액검사 후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용성 비타민이라 과잉 섭취 시 체내에 축적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치며
비타민 D 부족 증상은 단일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만성 피로, 반복적인 감염, 뼈와 근육의 통증, 기분 저하, 수면 장애 등 여러 증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상에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나 역시 그랬다. 검사 결과를 보고서야 비로소 그동안의 몸 상태를 돌아보게 됐다.
물론 위에서 언급한 증상들이 모두 비타민 D 결핍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비슷한 증상은 다른 건강 문제에서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스스로 판단하기보다는 정기적인 혈액검사를 통해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받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생활 속에서 햇빛을 조금 더 의식적으로 챙기고, 식습관도 함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변화를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 본 글은 공개된 영양 자료를 참고해 작성됐으며 특정 질환의 예방·치료를 위한 의학적 조언이 아닙니다. 개인 건강 상태와 체질에 따라 섭취 반응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질병관리청 공공보건포털 – 우리 국민의 비타민 D, 비타민 E 섭취 현황
- 의협신문 – 30대 이하 5명 중 1명 비타민D 결핍
- MSD 매뉴얼 일반인용 – 비타민 D 결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