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주사를 맞고 나서 간호사가 주사기를 즉시 따로 버리는 장면, 보신 적 있으시죠? 저는 그 장면을 수십 번은 봤는데 한 번도 의미 있게 생각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사기의 역사를 조금 들여다보고 나서야 그 작은 행동 하나에 19세기부터 쌓아온 의료 안전의 논리가 담겨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그 깨달음을 정리한 기록입니다.주사기, 처음부터 정밀했던 건 아니었다주사기 하면 당연히 바늘 달린 플라스틱 통을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텐데,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 형태가 완성되기까지 약 15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고대부터 액체를 주입하거나 빼내는 도구는 있었지만, 피부를 뚫고 약물을 특정 부위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방식은 19세기 중반에 들어서야 본격적으로 연구됩니다.184..
14세기 유럽 페스트 유행 당시 사람들은 비누가 없어서 죽은 게 아니었습니다. 비누는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거든요. 그 사실을 처음 알았을 때 저는 꽤 오래 멈칫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달랐던 걸까, 하고요. 비누 하나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손 씻기 습관이 사실 얼마나 최근에 생긴 건지 실감하게 됩니다.비누는 있었지만, 페스트는 왜 막지 못했을까비누의 역사는 고대 바빌로니아 문명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기원전 2800년경으로 추정되는 기록에서 이미 비누 제조법과 유사한 내용이 발견됩니다. 그러니까 비누가 없었기 때문에 전염병이 창궐했다는 설명은, 솔직히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여기서 핵심은 비누화(saponification)라는 화학적 원리입니다. 비누화란 지방이나 기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