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티셔츠를 개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게 왜 이렇게 흔하지? 그냥 지나쳤을 질문인데, 조금 파고들었더니 산업혁명과 미국 남부의 노예제가 한 덩어리로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방적기가 실을 빠르게 뽑는 기계라는 건 알았는데, 그 기계가 돌아가려면 목화밭이 필요하고, 목화밭이 커질수록 노예 노동이 더 필요해지는 구조라는 건 전혀 생각 못 했습니다. 면화 하나가 이렇게 복잡한 역사를 품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방적기가 등장하자 면화 수요가 폭발했다18세기 후반 영국에서 방적기(spinning machine)가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방적기란 섬유를 기계로 꼬아 실로 만드는 장치로, 사람이 물레를 돌려 하루에 뽑던 실의 양을 공장에서는 하루에 수십 배로 늘릴 수 있었습니다. 하그리브스의 제니 방적기, ..
16세기 이후 카리브해 설탕 플랜테이션이 팽창하면서 아프리카인 약 1,200만 명이 강제로 이송되었습니다. 마트 진열대에서 설탕 한 봉지를 집어 들다가 이 숫자를 떠올린 날, 솔직히 손이 멈칫했습니다. 흔하디흔한 식재료 뒤에 이런 규모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게 쉽게 실감이 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마트 설탕 봉지 앞에서 멈춘 이유 — 플랜테이션 경제의 탄생중세 유럽에서 설탕은 향신료에 가까웠습니다. 귀족 식탁에나 오르던 고급품이었고, 일반 사람들은 평생 한 번 맛볼까 말까 했습니다. 그런데 대항해시대가 열리면서 상황이 완전히 뒤집혔습니다. 포르투갈이 대서양 섬 지역에서 사탕수수 재배를 시작하고, 카리브해가 세계 최대 설탕 생산지로 부상했습니다.이 시기 유럽 각국이 채택한 경제 정책이 중상주의(Merc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