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주는 해적의 술이라고 생각하셨다면, 절반만 맞습니다. 사실 럼주가 퍼진 데는 해적보다 영국 해군의 공식 배급 체계가 훨씬 결정적이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 사실을 알고 조금 멍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마트에서 설탕 봉지를 집을 때마다 카리브해 사탕수수밭이 머릿속을 스쳐 갑니다. 럼주 한 잔 뒤에 얽혀 있는 역사가 생각보다 훨씬 넓고, 무겁습니다.럼주를 만든 건 해적이 아니라 플랜테이션 경제였다럼주가 왜 카리브해에서 탄생했는지 처음 찾아봤을 때, 저는 해적보다 사탕수수 얘기가 먼저 나와서 조금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따라가다 보니 이게 맞는 순서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시는 럼주는 카리브해의 사탕수수 플랜테이션 경제(plantation economy)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발전했습니다. 여기서 플랜테이션..
솔직히 저는 아이스크림이 그냥 달콤한 간식인 줄만 알았습니다. 냉동실 문을 열고 꺼내 먹으면 그만인 음식이라고요.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냉장고도 전기도 없던 시대에 사람들이 어떻게 이걸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고들수록 아이스크림의 역사는 결국 인간이 차가움을 어떻게 다뤄왔는가의 역사였습니다. 얼음 산업이 커지고, 빙점강하 원리가 활용되고, 마침내 냉장고가 가정에 들어오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아이스크림이 귀했던 진짜 이유, 얼음을 구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아이스크림이 오랫동안 부유층의 음식이었다는 건 들어본 분도 많을 겁니다. 그런데 그 이유를 단순히 "재료가 비쌌기 때문"으로만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그것보다 얼음 자체를 구하는 문제가 더 핵심이었다고 봅니다. 설탕이나 크림..
저는 탄산수를 그냥 '기포 넣은 물' 정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냉장고에서 탄산수를 꺼내 마시다가 문득 이게 언제부터 있었던 건지 궁금해졌습니다. 찾아보니 탄산수의 근대적인 역사는 광천수의 치료적 이용과 깊은 관련이 있었습니다. 광천수에서 소다 파운틴을 거쳐 오늘날 청량음료로 이어진 이 흐름, 생각보다 훨씬 흥미롭습니다.광천수가 약이었던 시절, 기포는 특별한 것이었다혹시 탄산수를 처음 마셨을 때 "이게 건강에 좋다고?" 하는 느낌을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어릴 때 처음 탄산수를 마시며 왜 이걸 좋아하는지 이해를 못 했는데, 알고 보니 그 '건강에 좋다'는 이미지가 수백 년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었습니다.18세기 유럽에서는 독일 셀터스나 프랑스 비시 같은 지역의 광천수(mineral ..
냉장고 문을 열 때마다 별 생각이 없었는데, 얼음의 역사를 파고들고 나서부터는 그 평범한 냉기가 다르게 느껴집니다. 불과 200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겨울 호수에서 얼음을 잘라내 여름까지 배로 실어 나르는 것을 하나의 '산업'으로 운영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가능한 일이었냐고 의심했는데, 실제로 기록을 찾아볼수록 그 규모에 놀랐습니다.얼음 수확, 겨울을 통째로 잘라내던 사람들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얼음이 귀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그걸 수확한다는 표현을 처음 접했을 때는 조금 낯설었습니다. 농사처럼 계절을 기다리고, 적절한 타이밍에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얼음을 잘라내는 작업이라니요.얼음 수확(ice harvesting)이란, 겨울철 호수나 연못 위에 충분히 두꺼운 얼음이 형성됐을 때 이를..
솔직히 저는 마트에서 우유를 고를 때 유통기한 말고는 딱히 신경 쓴 적이 없었습니다. 냉장칸에 있으면 당연히 안전한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우유가 지금처럼 안전해지기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니, 그 당연함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긴 역사 위에 서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파스퇴르 한 사람의 발견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야기였습니다.살균법의 시작, 우유가 아니라 와인이었다저도 처음에는 파스퇴르가 우유를 연구한 사람이라고 막연히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자료를 찾아보니 출발점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프랑스의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Louis Pasteur)는 1863년 나폴레옹 3세의 요청으로 와인이 왜 변질되는지를 연구했고, 1865년에는 와인을 적절한 온도로 가열해 보존하는 방법으로 특허를 ..
솔직히 저는 프랑스 와인이 왜 프랑스에서 나오는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거기서 기후가 좋으니까, 거기 사람들이 포도를 잘 키우니까 —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보르도 한 병을 들고 고민하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인이 유럽 전역에 이렇게 고르게 퍼진 게 정말 자연 덕분만일까? 로마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그 대답이 꽤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포도재배는 어떻게 로마의 경제 도구가 됐을까제가 처음에 착각했던 건 로마가 와인을 발명했다는 식의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비티컬처(viticulture), 즉 포도 재배와 관리에 관한 농업 기술은 로마 이전부터 지중해 세계에 이미 퍼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비티컬처란 단순히 포도를 심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