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주방에서 올리브유 병을 집어 들 때마다 그냥 건강한 기름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자료를 조금 파고들다 보니 이 한 병 안에 고대 지중해 전체의 경제 구조가 녹아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음식 재료이면서 동시에 조명 연료였고, 화장품 원료였으며 종교 의식까지 담당했던 물질. 하나의 자원이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맡은 경우는 역사적으로도 꽤 드문 일입니다.다년생 작물이라는 특성이 만들어낸 경제 논리제가 처음 올리브나무의 재배 방식을 접했을 때 가장 놀랐던 건 이게 단기 작물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다년생 작물이란 한 번 심으면 여러 해에 걸쳐 수확을 반복할 수 있는 식물을 말합니다. 밀이나 보리처럼 매 계절 씨를 뿌리고 거두는 방식이 아니라, 수십 년을 기다려야 비로소 안정적..
솔직히 저는 프랑스 와인이 왜 프랑스에서 나오는지 단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거기서 기후가 좋으니까, 거기 사람들이 포도를 잘 키우니까 — 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마트에서 보르도 한 병을 들고 고민하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와인이 유럽 전역에 이렇게 고르게 퍼진 게 정말 자연 덕분만일까? 로마사를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그 대답이 꽤 복잡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포도재배는 어떻게 로마의 경제 도구가 됐을까제가 처음에 착각했던 건 로마가 와인을 발명했다는 식의 생각이었습니다.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비티컬처(viticulture), 즉 포도 재배와 관리에 관한 농업 기술은 로마 이전부터 지중해 세계에 이미 퍼져 있었습니다. 여기서 비티컬처란 단순히 포도를 심는 게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