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 13세가 탈모를 가리려고 가발을 쓰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많이들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데 저는 그 설명을 읽으면서 계속 뭔가 빠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탈모 하나로는 가발이 유럽 귀족 사회 전체를 휩쓸고, 나중에는 판사의 상징이 된 이유를 설명하기엔 너무 단순합니다. 직접 자료를 찾아보니 이건 패션이 제도와 결합해 권위로 굳어지는 훨씬 긴 이야기였습니다.탈모설이 절반밖에 맞지 않는 이유일반적으로 가발의 역사는 "루이 13세가 탈모를 숨기려고 썼다"는 한 줄로 요약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보면 이 설명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지만, 절반밖에 맞지 않는다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루이 13세가 젊은 나이에 탈모가 진행된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이후 가발이 프랑..
40대가 되고 나서 책 읽다가 안경을 찾는 일이 부쩍 잦아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안경이 없었던 시대 사람들은 이 불편함을 어떻게 견뎠을까?' 싶어서 찾아봤는데, 단순한 시력 보조 도구의 역사가 아니었습니다. 13세기 말 이탈리아에서 시작된 안경의 역사는 수도원의 필사문화, 광학 기술의 발전, 그리고 지식을 둘러싼 사람들의 절박한 필요가 얽혀 있었습니다.수도원 필사문화와 안경이 만난 이유솔직히 처음에는 '수도원에서 안경이 왜 나와?' 싶었습니다. 그런데 당시 유럽의 맥락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오히려 당연한 흐름처럼 보입니다. 인쇄술이 등장하기 전, 책은 사람이 직접 손으로 베껴야 했습니다. 수도원 안에는 스크립토리움이라는 전용 작업 공간이 있었는데, 여기서 스크립토리움이란 필사와 채색 장식을 담당하는 수도..
손목시계는 처음부터 남성의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19세기 후반 유럽에서 먼저 손목에 시계를 찬 건 귀부인들이었고, 남성들은 그것을 '여성스러운 장신구'로 봤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손목시계가 정장이나 군복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남성 아이템이라고 당연히 생각했는데, 직접 찾아보니 그 이미지가 바뀐 계기가 꽤 극적이었습니다.귀부인의 손목에서 시작된 이야기손목시계 역사를 처음 파고들었을 때, 제가 가장 먼저 만난 기록은 1810년이었습니다. 스위스 시계 제조업체 브레게(Breguet)의 문서에는 나폴리 여왕 카롤린 뮤라(Caroline Murat)가 손목에 착용하기 위해 특별 제작을 의뢰한 시계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금실이 섞인 머리카락 소재의 손목 밴드에, 반복 기능과 온도계까지 결합된 극히..
솔직히 말하면, 저도 넥타이를 그냥 '정장 세트에 끼워 오는 것'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남편이 매일 아침 매듭을 조정하는 모습을 보다가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이게 애초에 왜 생긴 물건인지. 찾아보고 나서 꽤 놀랐습니다. 17세기 전쟁터의 군복 조각이 지금의 비즈니스 정장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재미있는 경로를 거쳐 있었기 때문입니다.넥타이의 군복 기원,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과 실제는 조금 다릅니다넥타이 하면 크로아티아에서 시작됐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저도 처음엔 '오,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조금 더 파고들면 이야기가 단순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크로아티아 병사들이 넥타이를 발명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가 자료를 살펴본 결과 정확히는 '발명'보다 ..
우산은 원래 비를 막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년 전 유럽에서는 햇빛을 가리는 차양 도구였고, 그것도 아무나 들 수 없는 신분의 상징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현관 앞에서 우산을 펼치다가 문득 이 물건이 언제부터 이렇게 당연해졌을까 궁금해졌고,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비가 아니라 햇빛을 피하던 물건이었다고?우산 하면 당연히 비를 떠올리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우산과 양산의 출발점은 비가 아니라 햇빛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무 구분 없이 '우산'이라고 부르는 물건에는 사실 두 가지 다른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양산(parasol)과 우산(umbrella)입니다. 양산은 태양 광선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고, 우산은 비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지퍼를 처음 만든 사람이 옷이 아니라 신발 때문에 고민했다는 걸 알고 계셨습니까? 저도 처음엔 믿기지 않았습니다. 매일 재킷을 입으면서 아무 생각 없이 올리던 그 지퍼가, 사실 19세기 신발끈 문제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지퍼 하나에 기술혁신, 브랜딩, 패션산업의 변화가 모두 얽혀 있습니다.지퍼가 탄생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지퍼가 옷에서 시작됐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실제로는 신발에서 출발했습니다. 19세기 후반 미국에서는 높은 부츠가 유행이었는데, 문제는 그걸 신고 벗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는 겁니다. 끈을 일일이 묶거나 작은 단추를 하나씩 채워야 했으니까요. 저도 등산화 끈을 묶다가 짜증 난 적이 한두 번이 아닌데, 그 시대 사람들은 매일 그런 부츠를 신었습니다.미국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