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C. 길렛이 1904년 특허를 받은 면도기는 '일회용'이 아니었습니다. 손잡이는 그대로 두고 날만 교체하는 구조, 즉 오늘날의 플라스틱 일회용 면도기와는 전혀 다른 물건이었습니다. 저도 이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막연히 "길렛이 일회용 면도기를 만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작은 오해 안에 100년 넘은 소비 습관의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날을 '갈던 시대'에서 '버리는 시대'로 — 안전면도기가 바꾼 것19세기 미국에서 면도는 지금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일반적으로 쓰이던 직선형 면도칼(straight razor)은 날을 정기적으로 숫돌에 갈아야 했고, 제대로 다루려면 상당한 숙련이 필요했습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미국사 박물관 자료에 따르면 많은 남성이..
솔직히 저는 립스틱을 그냥 색 하나 더하는 물건으로만 봤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화장대 앞에서 손에 쥔 빨간 립스틱을 보다가 문득 이게 대체 언제부터, 왜 생겼을까 싶어졌습니다. 찾아보니 이야기가 예상보다 훨씬 깊었습니다. 고대 이집트의 신분 상징부터 여성 참정권 운동의 저항 표시, 그리고 대량생산이 만든 소비문화까지, 작은 화장품 하나에 시대의 가치관이 층층이 쌓여 있었습니다.고대의 입술 화장, 예뻐지려고 바른 게 아니었다제가 처음 이 부분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놀랐습니다. 고대 이집트에서 화장은 남녀 구분 없이 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거든요. 지금은 립스틱이 주로 여성 화장품으로 분류되는데, 수천 년 전에는 전혀 다른 맥락이었습니다.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자료를 보면, 고대 이집트에서 화장품은..
우산은 원래 비를 막는 물건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년 전 유럽에서는 햇빛을 가리는 차양 도구였고, 그것도 아무나 들 수 없는 신분의 상징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 현관 앞에서 우산을 펼치다가 문득 이 물건이 언제부터 이렇게 당연해졌을까 궁금해졌고,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비가 아니라 햇빛을 피하던 물건이었다고?우산 하면 당연히 비를 떠올리지 않으십니까?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보면 우산과 양산의 출발점은 비가 아니라 햇빛이었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무 구분 없이 '우산'이라고 부르는 물건에는 사실 두 가지 다른 물건이 섞여 있습니다. 양산(parasol)과 우산(umbrella)입니다. 양산은 태양 광선을 차단하는 데 목적이 있고, 우산은 비를 막는 데 초점이 맞춰져..
단추가 옷에서 떨어진 날, 저는 처음으로 이 작은 물건을 제대로 들여다봤습니다. 그리고 알게 됐습니다. 과거 유럽에서 단추는 옷을 여미는 도구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재산과 신분을 한눈에 보여주는 장치였다는 사실을. 기능과 상징이 한 몸에 담긴 물건의 역사, 생각보다 훨씬 복잡합니다.단추가 신분 상징이 된 이유 — 팩트로 보는 장식 기술의 진화단추를 사치품이라고 부른다면 지금 기준으로는 좀 낯설게 들립니다. 그런데 솔직히 역사 자료를 파고들다 보면 이게 농담이 아니라는 걸 금방 알게 됩니다. 17~18세기 유럽의 단추는 은, 에나멜, 금속 세공, 심지어 절삭 가공한 금속으로 제작된 정교한 공예품이었습니다.특히 주목할 만한 기술이 컷 스틸(cut steel)입니다. 컷 스틸이란 금속을 잘게 절삭하고 연마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