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중세 유럽 지도를 들여다보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영국 왕이 프랑스 땅 한 귀퉁이를 통째로 다스리고 있었고, 귀족들의 영지는 지금의 국경 같은 게 아예 없는 듯 두 나라를 넘나들고 있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궁금해졌습니다. 116년이라는 시간 동안 이 전쟁이 왜 끝나지 않았을까. 단순히 오래 싸운 전쟁이 아니라는 걸, 자료를 파고들수록 더 선명하게 느꼈습니다.왕위계승권 분쟁, 전쟁의 불씨는 어디서 왔을까백년전쟁(Hundred Years' War)은 1337년에 시작해 1453년에 끝난, 실제로는 116년짜리 장기 분쟁입니다. 이름은 백 년이지만 정작 내용은 훨씬 복잡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전쟁을 접했을 때는 막연하게 "영국이랑 프랑스가 싸운 거잖아" 하고 넘겼는데, 직접 자료를 찾아보..
학교에서 중세 기사를 처음 배웠을 때, 저는 당연히 검과 갑옷만 떠올렸습니다. 그런데 자료를 찾아볼수록 기사가 되는 길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7세 때부터 시작해 21세가 넘도록 이어지는 훈련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싸우는 법보다 먼저 배워야 했던 것들. 직접 겪어보니 이 주제는 단순한 역사 공부가 아니라 지금 시대에도 꽤 묵직하게 남는 이야기였습니다.7세에 집을 떠나 시작되는 일 — 시동, 종자, 그리고 기사 서임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사 훈련이 일곱 살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단순한 무술 조기 교육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달랐습니다. 일곱 살 무렵 아이들은 자기 가문을 떠나 다른 귀족 가문으로 보내졌고, 그곳에서 시동(Page)이라는 신분으로 생활을 시..